Cosmos

코스모스는 오늘날 우주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이것은 「코스메인」(갖추다, 군대를 정렬시키다, 나라를 통치하다, 몸을 장식해 아름답게 하다) 이라는 동사로부터 나왔다. 지금도 영어의 코스메틱(cosmetic, 화장품)이라는 낱말에는 그 의미가 남아 있다.

코스모스는 기원전 5세기경「질서정연한 우주」를 의미하게 되었다. 즉, 그리스 이래 서양에서는 이 세계, 곧 우주는 불가사의한 혼돈(카오스)의 세계가 아니라, 기하학처럼 질서정연한 코스모스라는 생각이 전통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 사상은 피타고라스의 조화로운 우주론에서 시작하여 프톨레마이오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이, 뉴튼, 그리고 현대의 아인슈타인, 호킹 에게까지 이어진다.

logos 라는 낱말은 나중에 논리, 또는 논리학(logic, Logik)이라는 좁은 뜻으로 바뀌어 쓰이게 되었으나, 본래 그리스에서는 인간의 행위 전체의 합리성, 더 넓게는 세계 그 자체의 합리적 질서를 뜻하였다. 그러다가 단어로 표현되는 이성적 활동, 예컨대 언어ㆍ사상ㆍ학술 등의 뜻으로 쓰여지게 된다.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이 학문으로서 처음에 정립된 것은 이 로고스를 로고스로서 인식하면서 부터이다. 그 이전의 신화며 인간에 대한 이해가 감성적ㆍ정서적이었다면, 철학은 이러한 감성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어, 감성적 세계 해석 안에 진작부터 깃들어 있었던 로고스적인 측면을 순화하는데서 시작하였다.

질서와 조화를 지닌 전체를 그리스인은 코스모스(cosmos)라고 불렀다. 이 코스모스, 즉 질서우주의 근본을 그리스인들은 '아르케'(arche) 라고 말했다. 철학자들은 도대체 무엇이 아르케인지를 놓고 열심히 토론하였었다.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 집단인 이오니아의 철학자들은 이것을 '물'(탈레스) 또는 '공기'(아낙시메네스) 등의 물질이라고 보았다. 이들 근본 물질은 사물인 동시에 사물의 본성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였다. 더 나가서는 이러한 근본 물질이 특별한 성질에 의해 제한을 받기 이전의 상태, 즉 '토 아페이론'(to apeiron, 무한정) 에 대해서까지 생각이 미쳤다(아낙시만드로스). 이것이 '무한' 개념의 원조이다.

코스모스를 파악하는 것은 인간의 이성(logos)이어야 했다. 이와 같이 서양의 사상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기본으로 성립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서양인은 줄곧 우주의 질서를 찾는 일에 온갖 정열을 쏟았다. 이 질서는 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보편적이고 통일적인 절대 법칙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 구체적인 결과로서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 뉴튼의 "프린키피아"(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1685~1686), 라이프니츠와 데카르트의 꿈이었던 보편대수,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통일장이론 등의 계보가 형성되어 온 것이다.